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결국 S&P500을 사야 하는 이유

왜 이 책을 찾아 읽었을까
일단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은 이렇다.
처음에는 '좋은 주식을 고르는 법'을 공부하고 싶어서 워런 버핏 글과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워런 버핏의 스승 벤 그레이엄을 알게 되었고, 이른바 '가치투자자'에게는 성경처럼 여겨지는 벤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었다. 두 달 전 쯤 일인 것 같다. 벤 그레이엄의 책은 이후에 다른 투자서적을 읽을 때도 빈번하게 언급되었다. 워런 버핏은 물론 피터 린치, 최준철 VIP 자산운용 대표, 그리고 오늘 주제인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를 쓴 존 보글도 1949년에 나온 벤 그레이엄의 책을 인용하고 있다.
벤 그레이엄은 투자자를 '방어적 투자자(Defensive Investor)'와 '적극적 투자자(Enterprising Investor)'로 구분한다. '방어적 투자자'는 원금 보전을 중시하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다. 반면 '적극적 투자자'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초과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를 가리킨다. 대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선택하는 쪽은 적극적 투자자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나와 같은 부류에게 『현명한 투자자』는 따분하게 읽힐 수 있다. 기대와 달리 벤 그레이엄은 방어적 투자에 관한 설명을 위해 지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읽고 싶은 주식 이야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거의 절반에 달하는 채권 이야기를 넘겨야 한다. 그러나 벤 그레이엄에서 출발해서 여러 적극적 투자자들을 거쳐 존 보글까지 읽고 나면 과거에 무심히 넘겨버린 페이지들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좋은 주식을 고르는 법'은 '시장 수익을 초과하는 법'이라는 말과 같았다. 그리고 시장 수익을 초과하는 성과를 이루어낸 인물로는 대표적으로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가 있다. 이들은 시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서 연평균 20% 이상 수익률을 이루어냈다. 피터 린치가 제시한 기업 선정 방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미국 주식을 고르는 데에는 쓸 수 없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있는 나로서는 피터 린치처럼 미국 기업을 철저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미국에 태어난 것 자체가 커다란 행운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내가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의 방법을 사용하려면 다름아닌 '국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으로 내가 찾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의 방법을 이어받아 투자하는 가치투자자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방법이 통할까?"라는 물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대표적으로 VIP자산운용이 있었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께서는 피터 린치가 쓴 『전설로 떠난 월가의 영웅』 번역본에 추천서문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VIP자산운용 최준철, 김민국 공동대표께서 쓴 『한국형 가치투자』를 읽었다. 유튜브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책을 읽다가 문득 VIP자산운용 펀드 수익률이 궁금해졌다. 수익률은 VIP자산운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23.04.03년 설정 이후 수익률은 오늘자로 68.1%다. 그래프를 보면 2023년 8월에 시장이 하락할때 자산가치를 방어해 초기 격차를 벌렸다. 2024년 중에는 시장 수익률을 조금 앞지르면서 격차를 조금 더 벌렸다. 올해 4월까지는 격차를 더 벌리다가 9월 이후에는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로 수익률이 거의 따라잡히고 있는 모양새다. 참고로 같은 기간 2023.04.03부터 2025.10.25까지 S&P 500 지수는 약 65% 상승했다. 여기에 펀드 투자에 대한 연간 총 보수율 2.26%도 고려해야 한다.
자산운용사가 가진 실력을 나무라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실히 깨달을 뿐이었다. 이러한 깨달음 속에서 나는 존 보글을 찾게 된 것이다. 존 보글이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에서 말하는 핵심은 이것이다. "시장을 이기려 들지 마라, 시장을 꾸준히 따라가라."
적극적 투자자가 겪는 '삼중고'
내가 머리를 감싸쥐면서 알고 싶었던 물음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초과할 수 없는가"이다.
좋다. 개별 기업 분석을 통해 좋은 종목을 고르는 펀드가 장기적으로는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기가 어렵다고 하자. 존 보글은 피터 린치의 마젤란 펀드조차 최근에 들어서는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에 수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사실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워런 버핏도 시장 수익률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기간을 길게 잡아서 그렇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컨대 피터 린치가 운용한 13년 동안만 마젤란 펀드에 넣었다가, 이후로는 자금을 빼서 또 다른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펀드에 넣으면 되는 일 아닌가? 펀드를 중심으로 비교했을 때는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꼭 해당 펀드와 운명을 같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때그때마다 상황에 맞는 펀드를 구매하면 되는 일이 아닐까?
국장에 대입해 보면, 2009년에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섹터에 투자했다가, 그 자금을 코로나 시기에는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섹터에 넣고, 2022년 이후로는 다시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위산업, 원자력)'으로 옮기면 되지 않는가 하는 말이다. ETF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S&P500 수익률을 웃도는 상품은 대부분 그때그때마다 인기 시장 부문에 투자한 상품이었다.
존 보글은 비용 측면에서 ETF가 펀드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인기 시장 부문을 선정해야 하는 액티브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존 보글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투자자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첫째, 투자자가 중개인의 추천에 따라 혹은 자신이 직접,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이른바 '액티브' ETF를 선택한다면 거의 매번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투자 시점을 선택하게 된다. 즉 특정 시장 부문 '몸값'이 한참 올라갈 때 그 부문에 베팅하고 인기가 시들해질 때 발을 뺀다. 둘째, 시간이 지나면서 비싼 수수료와 보수가 점점 불어나므로 이러한 비용이 ETF 수익을 상당부분 갉아먹는다.
감정과 비용 측면의 이 두 '적'이 합세해 투자자에게 재정적으로 큰 손실을 안긴다. 더 생산적으로 그리고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었을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여기서 그때그때마다 주도주로 갈아타려는 야심찬 발상은 뒤집힌다. 어떤 펀드, 혹은 ETF가 시장 수익률을 능가하는 호시절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호시절을 개인 투자자가 온전히 누릴 가능성은 적다. 피터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펀드는 13년 동안 2700% 상승했지만 투자자 절반은 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존 보글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최고 수익률을 올린 20대 ETF 중에서 투자자 수익률이 ETF 자체 수익률을 초과한 경우는 단 하나뿐라는 예시를 든다.
투자자 수익률이 ETF 자체 수익률보다 적은 원인은 매매 시점을 잘못 잡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더해서 매매 자체가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존 보글은 이를 '이중고'라고 가리킨다.
그러나 '이중고'라는 표현은 조금 봐준 것이다. 존 보글이 넌지시 암시하듯이 이건 사실 '삼중고'다. 왜냐하면 비록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 매매 시점을 잡으려다가 "더 생산적으로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었을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가 일하는 분야에서 사회적 자본을 쌓을 수 있었을 퇴근 이후의 밤, 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주말을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주식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인 셈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라
적어도 주식 투자에 관해서 존 보글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조언한다. 다만 모든 주식을 소유한 뒤에 말이다. 모든 주식은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말한다.
『현명한 투자자』로 시작해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까지 읽고 나면서 나는 대부분 포트폴리오를 S&P500으로 이전하고 주식 투자를 위해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그 시간을 보다 생산적이고 더 즐겁게 사용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