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고 있다는 착각
'뭔가 하고 있다는 착각' 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최근 들어 물씬 드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어제 일이다. 지금 우리 회사는 인테리어 공사를 더 많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두 달 전 현장관리자를 새로 들였다. 하지만 새로 온 현장관리자께서 진행한 현장은 손실이 많이 났다. 이런저런 이유로 예상한 실행가보다 비용을 더 지출했다는 이야기다. 처음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손실은 몇 차례 더 이어졌다. 가만히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대책을 세워야 했다.
공정을 정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 현장관리자가 매일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내가 가장 경계하는 일은 일단 프로그램부터 개발하자는 사고과정 그 자체다. 왜냐하면 프로그램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란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막연한 프로그램 개발은 '뭔가 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빠질 위험이 높다. 실제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텐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개발하는 동안 허튼 시간을 정당하다고 여기면서 써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대책을 세워야 했던 계기는 새로 들인 현장관리자 감독 하의 현장에서 손실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손실의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파악한 손실의 원인을 다음 현장에서는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찾아낸 방법을 다음번 현장에서 현장관리자가 잘 사용하면 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프로그램 개발에 앞서서 현장이 끝날 때마다 해당 프로젝트를 리뷰하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세션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세션 자체가 현장관리자에 대한 교육 시스템의 일부다. 수험 공부도 똑같지 않을까? 만약 시험 점수가 계속해서 70점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많은 경우에 새로운 인강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인강을 듣는다고 마법 같이 성적이 오를까? 만약 정말로 성적이 오른다면 왜 그럴까? 바로 여기 핵심이 있다. 성적이 오르기는 모두가 원하지만 성적이 '왜' 오르는지 그 원인까지 파고드는 사람은 소수다.
하지만 만약 성적이 오르는 원인을 파고든다면 답은 단순하다. 정확히 모르고 있던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대부분 원인은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파악하려고 하지 않는 채로, 마법같이 성적을 올려줄 인강이나 스타 강사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마법같이 문제를 해결해줄 만한 무언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그보다는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도구일 뿐이다.
